JT LeRoy 실화 바탕 영화 리뷰

 


『가면 뒤에 숨겨진 진실과 정체성의 복잡한 초상』

🎥 영화 개요

🎬 제목: Jeremiah Terminator LeRoy (JT LeRoy, 2018)
🌍 국가: 🇺🇸 미국
🎞️ 장르: 전기 드라마 (Biographical Drama)
⏳ 러닝타임: 106분
📢 감독: Justin Kelly (저스틴 켈리)
🖋️ 각본: Justin Kelly (저스틴 켈리)
📺 플랫폼: 주요 OTT 서비스

👩‍💼 출연: Kristen Stewart (크리스틴 스튜어트) – Savannah Knoop (사바나 누프)
Laura Dern (로라 던) – Laura Albert (로라 앨버트)
Diane Kruger (다이앤 크루거) – Eva (에바)

🧩 스토리 심층 탐구 (스포일러 포함)

💥2000년대 가장 선정적인 문학 스캔들

영화 《JT LeRoy》는 작가 로라 앨버트(Laura Albert)가 HIV 양성이며 성적 학대 피해를 입은 10대 소년 매춘부라는 설정의 가상 인물 '제레마이어 터미네이터 르로이'를 창조하고, 자신의 소설을 그의 이름으로 발표하며 벌어지는 실화를 바탕으로 합니다.

이 허구의 작가는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문체로 평단과 유명인사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지만, 대중 앞에 나설 필요가 생기자 로라는 남편의 여동생인 사바나 누프(Savannah Knoop)를 르로이 역으로 내세웁니다. 이 영화는 주로 대역을 맡은 사바나의 시점을 중심으로, 창조자와 대리인의 심리적 갈등과 유명세의 허상을 탐구합니다.

🏳️‍🌈 정체성의 다층적인 교차로

이 영화가 가장 심도 있게 다루는 주제는 '정체성(Identity)'의 유동성과 구성성입니다.

  • 르로이의 정체성 (아바타): JT 르로이는 단순한 필명이 아니라, 로라 앨버트가 어린 시절 겪은 트라우마와 학대를 안전하게 발화하기 위해 만든 '아바타(Avatar)'입니다. 로라는 전화를 통해 르로이의 목소리(남부 사투리를 쓰는 수줍은 10대 소년)를 연기했고, 이는 그녀에게 억압된 자아를 해방하는 도구였습니다.
  • 사바나의 정체성 (퍼포먼스): 사바나는 본래 르로이의 정체성과 거리가 멀지만, 중성적인 외모와 연기력 덕분에 가면을 씁니다. 사바나에게 르로이 역은 단순한 거짓말을 넘어 젠더 중립성(Gender Neutrality)을 탐색하는 퍼포먼스이자, 자신의 정체성을 구체화하는 수단이 됩니다. 특히 이 역할은 성별 구분에 갇혀 있던 사바나에게 해방감을 주며, 영화는 이 '젠더 논쟁'을 깊이 있게 다루고자 합니다.
  • 대중의 정체성 (욕망): 왜 대중과 유명인사들은 르로이를 열광적으로 받아들였을까요? 그들은 르로이가 겪은 '진짜' 트라우마와 고통에 매혹되었습니다. 이는 문학계와 셀러브리티 문화가 '진정성'이라는 이름의 선정성을 소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합니다. 대중은 르로이의 소설이 아닌, 그의 극적인 페르소나와 비극적인 배경 스토리를 구매한 것입니다.

👭 권력 관계와 여성 간의 갈등

영화는 로라(창조자/조종자)와 사바나(대리인/피조물) 사이의 복잡한 권력 역학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 로라 던의 압도적인 연기: 로라 던은 창조자 로라 앨버트의 편집증적이고 강박적이며 광적인 에너지를 완벽하게 구현합니다. 그녀는 르로이의 영국인 매니저 '스피디(Speedie)'라는 또 다른 가면을 쓰고 사바나를 통제하며, 자신의 아바타가 받는 관심에 대한 질투심을 드러냅니다. 이 질투는 로라의 고통이 사바나의 얼굴을 통해 현실에서 축배를 받는 것에 대한 복잡한 감정입니다.
  •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섬세함: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르로이로서의 수줍음과 불안정성, 그리고 가면을 쓰면서 느끼는 자기 발견의 묘한 희열을 섬세하게 표현합니다. 그녀가 르로이로서 유명 여배우 에바(Eva, 실제 아시아 아르젠토를 모티브로 함)와 로맨틱한 관계에 빠지는 장면은, 역할극이 현실을 침범하는 순간을 보여주며 정체성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듭니다.

💔 예술적 구원자와 허상의 소비

에바는 JT 르로이의 소설에 열광하는 유명 여배우이자 감독이며, 그의 소설을 영화화하려는 인물입니다. 사바나와 에바의 로맨스는 영화 전체의 주제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축소판입니다.

  • 미디어의 맹목성: 에바는 헐리우드, 문단, 미디어를 대표하는 인물입니다. 그녀는 JT가 실제 존재하지 않는 허상이라는 숱한 징후들(수줍음, 모호한 외모, 매니저 스피디의 이상한 행동)을 무시합니다. 이는 대중이 '믿고 싶은 것'을 진실로 소비하는 맹목성을 상징합니다.
  • 진정성의 역설: 에바는 JT의 '진정성'에 목말라하며 사랑에 빠지지만, 그 사랑의 대상은 사실 누군가에 의해 완벽하게 연기되고 조작된 가장 큰 거짓말이었습니다. 에바는 JT의 소설을 통해 트라우마를 '구원'하려 했으나, 실제로 그가 사랑에 빠진 것은 비극적인 삶을 사는 작가라는 '서사(Narrative)'였습니다.

사바나와 에바의 관계는 르로이 사기극이 문학을 넘어 예술과 성(性), 그리고 대중의 욕망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어떻게 파국으로 치달았는지 보여주는 가장 관능적이고 위험한 사례입니다.

❓ '왜?'라는 질문의 부재

이 영화는 매혹적인 실화를 다루고 훌륭한 배우들의 연기를 보여주지만, 일부 평론가들은 사건의 표면을 맴도는 아쉬움을 지적합니다.

  • 다큐멘터리와의 비교: 이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Author: The JT LeRoy Story (2016)》가 창조자 로라 앨버트의 시점에서 그녀의 심리와 동기, 그리고 녹취록을 통해 '어떻게(How)'를 깊게 파고들었다면, 《JT LeRoy (2018)》는 사바나의 회고록에 기반하여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What)'를 재구성하는 데 집중합니다.
  • 심층 심리학적 분석의 부족: 영화는 로라가 왜 그토록 이 아바타에 집착했는지, 사바나가 왜 이 위험한 역할극에 동참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심리학적 동기를 충분히 파헤치지 못하고, 사건의 시간적 흐름을 따라가는 데 급급합니다. 이로 인해 인물들의 내면적 갈등이 다소 평면적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가면 뒤의 욕망, 정체성의 경계

《JT LeRoy》는 '문학 사기극'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통해 유명세, 미디어, 그리고 진정성에 대한 대중의 맹목적인 욕구를 풍자하는 데는 성공합니다. 특히 크리스틴 스튜어트와 로라 던의 앙상블은 이 기괴한 관계에 생명력을 불어넣습니다. 하지만, 이 놀라운 실화가 내포하고 있는 복잡한 트라우마와 정체성 정치(Identity Politics)에 대한 더 깊은 철학적 탐구를 기대한 관객에게는 다소 얕게 느껴질 수 있는 작품입니다.

영화는 "거짓말에서 태어난 진실"에 대한 질문을 남깁니다. 르로이라는 인물은 허구였을지언정, 그의 소설이 수많은 독자에게 위안과 의미를 주었다면, 그 창작 행위 자체를 단순한 사기극으로 치부할 수 있을까요? 영화는 이 질문을 관객에게 던지며 끝을 맺습니다.

🎯 개인기준(취향) 평점

💕 러브 신 수위: ♥♥
⭐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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