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속, 사랑과 집착의 경계에서 – In Hiding』
🎥 영화 개요
🎬 제목: In Hiding (원제: W ukryciu, 2013)
🌍 국가: 🇵🇱 폴란드
🎞️ 장르: 드라마 / 심리 / 퀴어
📢 감독: Jan Kidawa-Błoński
👩💼 출연: Magdalena Boczarska – 야니(Janka) 역
Julia Pogrebinska – 에스터(Estera) 역
🧩 스토리 심층 탐구 (스포일러 포함)
🤝 동정심, 거리감, 그리고 관찰
《은신(W ukryciu)》의 초기 단계에서 야니나와 에스터의 관계는 긴장감, 거리감, 그리고 잠재적인 권력 불균형으로 특징지어집니다.
- 에스터의 존재 이유는 유대인 박해를 피해 야니나의 아버지에게 의탁하여, 집 지하의 밀폐된 공간에 숨어 지내는 '생존자'라는 극단적인 상황에 있습니다. 이 피난 상황 자체가 두 사람 관계의 출발점이자, 곧 야니나에게 막대한 권한을 부여하는 원천이 됩니다.
- 야니나의 에스터를 향한 초기 태도는 복합적이고 모순적입니다. 야니나는 처음에는 아버지가 유대인을 숨겨주는 결정에 마지못해 협조하며 적대감과 거리감을 드러냅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녀는 이 낯선 타인에 대한 호기심을 느끼기 시작했고, 특히 발레리나였던 에스터가 가진 자유분방함과 삶의 생기에 점차 매혹됩니다. 이는 야니나가 자신의 억압된 일상 속에서 누리지 못했던 열정적인 삶을 에스터를 통해 투사하고 갈망했음을 시사합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두 사람의 권력 구도는 극도로 불균형합니다. 표면적으로 야니나는 에스터의 생사가 자신의 입에 달린 '주인'이자 '지배자', 즉 '가해 가능성'을 지닌 위치에 서게 됩니다. 반면, 에스터는 야니나와 그녀 아버지의 선의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약자'이자 '포로', 즉 '피해 가능성'을 안고 밀폐된 공간에 갇혀 지내는 상태였습니다. 이 불평등한 관계는 이후 야니나의 감정이 사랑을 넘어 집착과 광기로 변질될 때, 관계의 파국을 예고하는 중요한 기반이 됩니다.
🔥 고립, 성적 각성, 그리고 공범 의식
아버지가 체포된 후, 야니나와 에스터만 남겨지면서 이들의 관계는 급진적인 심리적, 육체적 변화를 겪습니다.
- 외로움과 친밀감의 역설: 외부와의 완벽한 단절과 전쟁의 공포는 두 여성을 서로에게 의지하게 만듭니다. 외로움은 이들의 감정을 뒤섞고, 야니나의 억눌린 동성애적 욕망은 에스터에게 강렬하게 투사됩니다.
- 성적 긴장과 교환: 야니나는 에스터에게 육체적, 감정적 친밀감을 갈망하기 시작합니다. 에스터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 야니나의 욕망을 인지하고 이용하게 됩니다. 이들의 관계는 보호와 의존의 경계를 넘어 성적인 긴장이 가득한 관계로 변모합니다. (일부 평론가들은 이 관계를 스톡홀름 증후군이 동반된 외상성 유대(traumatic bonding)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 공범 의식 (Complicity): 야니나가 에스터를 보호하기 위해 이웃을 살해하는 극단적인 행위를 저지르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되돌릴 수 없는 지점을 넘어섭니다. 이 살인은 야니나의 사랑과 집착의 증명인 동시에, 에스터와 야니나 사이에 '범죄를 공유한 자'로서의 끈끈하고도 병적인 공범 의식을 형성합니다.
⛓️ 집착, 감금, 그리고 욕망의 파국
전쟁이 끝난 후의 상황은 이들의 관계가 단순한 사랑이 아닌, 야니나의 비뚤어진 소유욕이었음을 극명하게 드러냅니다.
- 해방 거부: 전쟁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야니나는 에스터를 자신만의 소유물로 붙잡아 두기 위해 이 사실을 에스터에게 알리지 않고 계속해서 지하에 감금합니다. 이는 야니나에게 에스터가 생명을 구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자신의 외로움을 채워줄 욕망의 대상이었음을 보여줍니다.
- 가해자와 피해자의 역할 전복: 이 시점에서 야니나는 명백한 '감금범'이자 '가해자'가 됩니다. 에스터는 물리적인 '은신처'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음에도, 야니나의 병적인 집착 때문에 심리적, 물리적 '포로'가 되는 비극적인 상황에 놓입니다.
- '메데이아' 신화의 투영: 감독이 언급했듯, 야니나의 행동은 사랑의 이름으로 최악의 죄를 저지르는 메데이아적 광기를 내포합니다. 야니나는 에스터의 자유와 행복보다 자신의 외로움과 소유욕을 우선시하며, 이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도덕적 타락이 일어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야니나와 에스터의 관계는 극한의 환경이 인간의 도덕적 경계를 어떻게 허물고, 억압된 욕망이 어떻게 광기와 집착으로 변질되는지를 섬뜩하게 보여주는 심리적 케이스 스터디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 전쟁의 심리적 잔혹성
《W ukryciu》은 제2차 세계대전의 익숙한 배경을 '숨는 자'와 '숨겨주는 자' 사이의 금지된 레즈비언 욕망과 광기라는 비틀린 렌즈를 통해 바라본 작품입니다. 전쟁의 공포가 인간의 윤리관과 사랑을 어떻게 파괴하고 뒤틀리게 만드는지를 보여주는, 심리적으로 매우 불편하지만 흥미로운 스릴러 드라마입니다.
🎯 개인기준(취향) 평점
💕 러브 신 수위: ♥♥♥♥
⭐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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